크라이슬러가 26일 밤(이하 현지시간) 진통 끝에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노동계약 조정 합의에 성공했다. 이날 오전 캐나다자동차노조(CAW)와의 합의가 이루어진 직후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오는 30일까지 새로운 자구안을 미국 재무부에 제출해야 하는 크라이슬러에게는 이번 타결이 ‘기사회생’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이날 “UAW가 경영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크라이슬러․피아트 및 미국 재무부와 양보협약 타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론 게틀핑거 UAW 노조위원장은 “이번 협상 기간은 노조원에게 긴 시련이자 커다란 불확실성의 시간이었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노조원이 인내와 결단을 보여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UAW는 또 “2007년 크라이슬러와 체결한 노사합의를 대신할 임시계약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100억 달러 규모의 퇴직연금 관련 규정도 수정됐다. 다만 UAW 소속 노조원들이 합의안을 승인해야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UAW에 속한 크라이슬러 노동자는 약 2만6800명이다.

이날 오전 먼저 합의에 도달한 CAW는 이미 노조원들의 비준을 마쳤다. CAW와의 합의로 크라이슬러는 연간 약 1억97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켄 르웬자 CAW 노조위원장은 “노조 투표 결과 찬성 의견이 87%에 다다랐다”며 “이는 비록 우리가 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업계가 계속해서 캐나다 경제의 주축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AW 소속 크라이슬러 노동자는 약 8000명 수준이다.

지난 2월 오바마 행정부는 크라이슬러의 당초 구조조정 계획안을 거부하며 오는 30일까지 새로운 자구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크라이슬러는 이를 위해 노조 외에도 은행 채권단 및 제휴계약을 추진 중인 피아트와의 합의에 도달해야 했다. 노조의 이번 양보로 크라이슬러가 회생의 기회를 잡으며 미국 자동차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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