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7일 올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실질 경제성장률을 사상 최저치인 -3.3%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경제의 추이에 따라서는 일본 경제의 성장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날 내각부가 발표한 올 회계연도 성장전망은 지난해 제시했던 0%에서 마이너스 3.3%로 크게 나빠졌다.

그동안 최저 성장률이었던 1998년의 -1.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문제는 일본의 마이너스 성장을 주도한 수출 부문의 전망이 밝지 않은 등 곳곳에 위험 요소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이번 마이너스 성장 전망에서 외수가 차지한 부문이 마이너스 2.8%로 내수보다는 외수가 지표 악화를 주도했으나, 지난 22일 국제통화기금(IMF)가 발표한 2009년 경제성장 전망치가 미국 -2.8%, 유럽권 -4.2% 등으로 쉽사리 경기 침체를 탈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일본 정부는 15조4천억엔 규모의 막대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 악화를 막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런 대책이 정부가 기대한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실제 정부도 이번 추가 경제대책을 통해 1.9% 가량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고려한 이번 성장률 전망은 사상 최악이란 기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울러 정부가 0.2%의 성장률 견인을 예상했던 정액급부금의 경우도, 1인당 1만2천엔의 급부금 가운데 40%가 실제 소비로 연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민간 이코노미스트들 가운데서는 실제 사용되는 금액은 10% 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투입이 결국은 몇년 뒤 세금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국민의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아져 정부의 경제대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세계경제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다.

제너럴모터스 등 미국 자동차사의 경영 정상화나 미국 금융기관의 불량자산 처리가 늦어지면 미국 경제가 한층 얼어붙으면서 일본의 수출 회복전망이 낮아지게 될 경우 -3.3%란 성장 전망을 재차 하향조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부문별 지표를 볼 때 수출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27.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고, 설비투자와 광공업 생산도 각각 14.1%, 23.4%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완전실업률도 당초 예상치였던 4.7%에서 5.2%로 악화하고, 소비자물가는 전년도에 비해 1.3% 하락하는 등 4년 만에 하락으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소비자 물가는 원유나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수요 감소가 큰 요인이어서 일본 경제의 디플레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은 "내각부에서는 각종 경기대책에 따라 일본의 성장률도 선진국 수준으로, 지금보다는 괜찮아질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지만 세계 금융시스템 안정화 여부 및 세계 경제 동향의 불투명성 등에 따른 추가 하락 압력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