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업계 시장 점유율 2위인 모두투어 800여명의 임직원은 27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봉투를 받아들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은 홍기정 사장 등 임원을 포함해 말단 직원까지 똑같이 20만 원씩 돌아가는 `특별 성과급'이었다.

지급된 성과급 총액은 1억8천여만원, 올 1분기 흑자 실현액 2억원의 대부분이다.

회사는 이렇게 어려울 때 이익 실현의 전부를 왜 다 돌려줬고, 20만 원밖에 안 되는 성과급을 받아들고 직원 모두는 왜 훈훈해했을까.

최악의 경기 침체에 고환율까지 겹친 대외적인 환경은, 여타 업종들도 마찬가지지만, 비교적 시차 없이 전이되는 여행업체들에 `직격탄' 수준의 충격을 준다.

1997년 외환위기와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등 거대 난관을 일치단결의 노력으로 구조조업 없이 굳건하게 버틴 모두투어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은 작년 말 노사가 비상 경영을 위한 협약을 했다.

이들은 올 1분기 직급에 따라 임금을 20∼50% 삭감하고 전체 직원 800여명중 필수 인력 200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1개월씩 순환으로 무급 휴직을 했다.

비용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지출되는 여행업체의 경영난은 인력 감축이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타개 방법이다.

그러나 1989년 3월 `모두투어호(號)'의 창립 멤버로서 올해 1월 `선장'의 자리까지 오른 홍 사장의 경영 철학은 `공동체 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단 한 명의 구조조정도 없이 위기를 타개하자는 그의 의지 앞에 민주노총 소속의 강성 노조원을 포함한 적 임직원은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 결과 1분기에 2억원의 흑자를 달성했고, 홍 사장은 이를 전 임직원이 똑같이 나누기로 했다.

모두투어 남수현 홍보마케팅팀장은 "이번 성과급은 비록 적은 액수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외환위기 등 과거 어느 때도 위기가 진행 중일 때 성과급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이른바 내달초 `황금연휴' 모객 성과가 좋긴 하지만 비수기로 접어드는 2분기엔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모두투어 노사는 2단계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노사는 근로시간을 1일 8시간에서 6.5시간으로 단축하고, 직급에 따라 최고 5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한편, 호봉 승급 시기를 4월에서 10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또 월 70만원을 지급하는 유급 휴직도 시행한다.

모두투어는 2분기 5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가 예상되지만 비상 경영으로 4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절감,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행사 모두가 이처럼 고통 분담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관광업협회중앙회에 따르면 2월말 기준 5천100여개의 국외 여행사 가운데 올해 들어 200여곳이 문을 닫았고, 국내 여행사는 9천300여개중 작년 말 이후 430여개사가 문을 닫았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