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은행 예금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반면 가계빚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은행의 전체 대출금리도 0.07%포인트 내리는 데 그쳐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은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은행들의 신규 예금액 기준 평균금리가 연 2.97%로 전달보다 0.26%포인트 하락했다고 26일 발표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였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예금의 실질금리는 -1%로 떨어졌다.

정기예금과 같은 순수 저축성 예금금리는 연 3.25%에서 연 2.91%로 한 달 새 0.34%포인트 하락했고 양도성예금증서(CD)를 비롯한 시장형 금융상품 금리도 같은 기간 연 3.21%에서 연 3.08%로 0.13%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은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 예금 비중이 커진 데다 은행들이 거액 법인 예금에 대한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예금금리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평균 대출금리는 연 5.5%로 한 달 새 0.07%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가계대출 금리는 연 5.73%에서 5.62%로,기업대출 금리는 연 5.56%에서 5.48%로 각각 0.11%포인트와 0.0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43%로 전달보다 오히려 0.05%포인트 올라 5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 금리 인하 행진이 멈춘 데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정부 시책에 영향을 받아 대기업 대출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3개월째 지속됐다.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5.45%로 대기업 대출금리(연 5.58%)보다 0.13%포인트 낮았다.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한 평균 대출금리와 평균 예금금리 차이는 2.53%포인트로 전달의 2.34%포인트보다 확대됐다. 그러나 3월 말 은행 총 잔액을 기준으로 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는 1.73%포인트로 전달의 2.19%포인트보다 줄어 은행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