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과 함께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유럽의 에어버스가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함께 90석짜리 중형 민항기를 한국에서 조립 ·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성사되면 한국이 선진국들의 영역인 첨단 민항기 제조업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국내 항공 관련 산업에도 엄청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에어버스의 모회사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대한항공,KAI,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공동으로 작년 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민항기 국제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TF는 한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비용 분담 비율과 민항기 제작 클러스터 후보지 등에 대한 검토를 벌이고 있으며 6월 말까지 타당성 조사를 끝낸 뒤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대형 항공기를 주로 제작해온 에어버스의 90석짜리 신기종 개발 계획을 파악한 국내 기업들과 연구기관이 '메인 파트너'로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에어버스는 한국의 항공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일대 기회라는 점을 내세워 개발비용의 상당액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버스는 대신 90석짜리 기종을 생산하면 800대 정도를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만큼 사업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판매가격을 2500만달러 정도로 잡아도 200억달러에 이르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90석짜리 완제기가 국내에서 생산되면 향후에는 베스트셀링 모델인 150석 기종의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 정부 주도로 항공 제조 분야 진출을 모색했지만 해외 파트너를 찾지 못한 데다 기술 경쟁력도 부족해 실패했다. 90석짜리 중형 항공기는 특정 국가내의 이동이나 인접 국가간의 역내 이동에도 적합해 150석짜리 기종 못지않게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