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말 동대문시장에 들어선 '두타', '밀리오레' 등 패션 쇼핑몰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대문 패션타운이 올해로 10년 고개를 넘는다.

이곳은 이른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24시간 꺼지지 않는 상가 불빛과 함께 수많은 상인의 꿈과 땀이 영글어간 치열한 삶과 노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한동안 인터넷쇼핑의 발달, 중국산 값싼 의류의 공세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최근 현대적인 시설과 내실있는 품질을 갖추고 첨단 패션의 중심으로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대문 패션타운의 탄생 = 동대문이 국내 의류산업의 모태가 된 것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5년 동대문에 들어선 광장시장은 직물과 포목을 파는 상인들이 모여 의류 상권의 발상지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전통이 이어져 1960년대 정부 주도의 산업화와 함께 이 지역에 근대적인 방직·생산공장이 들어서면서 의류 도매상권이 함께 형성되기 시작한다.

특히 1961년 문을 연 평화시장은 동대문을 의류 생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1980년대부터는 신흥 도매상권이 형성돼 남대문 상권에 비해 의류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이후 1996 현대화한 의류쇼핑센터인 '프레야타운'이 문을 열면서 소매상권까지 확대됐다.

이어 1998년 '밀리오레'가, 1999년 '두타'가 문을 열면서 바야흐로 '동대문쇼핑' 전성시대가 시작된다.

10~20대 젊은층을 겨냥한 파격적이고 참신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이들 쇼핑몰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전국의 소상인들을 대상으로 도매영업까지 하는 특성상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하고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장점으로 이들 쇼핑몰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과 젊은층 소비자들이 쉴 틈 없이 몰려들면서 밤낮 없는 '불야성'을 이뤘다.

게다가 동대문상권이 점차 유명세를 타면서 해외에서까지 보따리장사들과 원정쇼핑객들이 몰려들어 동대문 쇼핑몰 '붐'에 일조했다.

◇동대문 상권의 쇠락기 = 그러나 이처럼 번성했던 동대문 쇼핑몰들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쇼핑몰 붐을 타고 비슷비슷한 상가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경쟁이 과열된 데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온라인쇼핑몰 시대가 열리면서 비슷한 소비층을 타깃으로 한 동대문 쇼핑타운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 게다가 중국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값싼 의류가 대량 수입되면서 동대문 의류의 가격경쟁력마저 약해진다.

한때 한 점포의 월매출이 수억 원대에 이를 정도로 '황금알' 상권으로 여겨지던 이 지역은 방문자 수가 급감하고 평균 매출이 떨어지면서 임대료를 내기에도 벅찰 정도로 영업난을 겪으며 문을 닫는 점포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동대문 패션타운 전체를 아우르는 통계 수치는 없지만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 두타의 경우 1999년 하루평균 입장객수가 8만7천500여명, 점포수가 1천951개에 달하던 것이 2002년에는 하루 입장객수 5만4천500여명, 점포수 1천672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어 2003년에는 하루 입장객수가 4만9천500여명 수준까지 떨어진다.

◇재도약 꿈꾸는 동대문 패션타운 = 상인들은 이 같은 위기를 견뎌내며 품질과 디자인, 서비스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만이 살아남는 길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쇼핑몰 단위로 리모델링이나 리뉴얼을 추진해 외형을 가꾸는 한편, 옷의 품질과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2000년대 중반 들어 상권이 다시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심각한 경기 침체로 내수 소비가 크게 줄었지만 일본·중국 등지에서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다시금 명동에 이은 '쇼핑의 메카'로 조명받고 있다.

게다가 2002년부터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작됐고, 현재 동대문 지역을 세계적인 디자인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기 위해 2010년 완공을 목표로 '디자인플라자&파크' 조성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특히 '두타'의 경우 체계적인 쇼핑몰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면서 2004년에는 하루 입장객 수가 5만8천500여명 수준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두타는 개장 이후 5년 만에 한 번씩 임대분양을 할 때마다 매장 리뉴얼을 단행하고 동대문 상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좁은 매장과 불편한 쇼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매장 대형화를 추진하고 탈의실을 확충했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는 점포수가 800개 미만으로 줄었고 향후 점포수를 더욱 줄여 백화점 못지않은 쾌적한 쇼핑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매년 '두타 벤처 디자이너 공모전'을 실시해 젊고 실험적인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 디자인에 접목시켰으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2002년부터는 '패션쇼핑몰 최초 판매가격표시제'를 시행해 투명한 가격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더해 1999년 2월 26일 문을 연 두타는 최근 오픈 10주년을 맞아 단행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이달 말로 마무리하고 대형화·고급화한 매장으로 더욱 공격적인 영업을 벌일 태세다.

두타 관계자는 26일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디자인플라자&파크'가 완공되면 동대문 패션타운은 현재의 아시아 패션 중심지에서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변모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동대문 쇼핑타운이 다시 한번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백화점 못지않은 첨단 쇼핑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