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대폭적인 재정지출 축소를 요구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IMF 내부에서 제기됐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IMF 산하 자문그룹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 위원장인 유세프 부트로스-갈리 이집트 재무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IMF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 엄청난 재정지출 삭감을 강요받지 않고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트로스-갈리 위원장은 "IMF 구제금융 지원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금융위는 1년에 두차례 회의를 갖고 IMF의 일상 업무를 주관하는 24개 회원국의 집행이사회에 정책방향 등을 제시하는 IMF 내 최고 자문그룹이다.

이번 주말 열릴 국제통화금융위 정례 회의에서는 IMF가 세계 금융위기를 다루는 방법이 논의될 예정이다.

부트로스-갈리 위원장의 발언은 지나친 재정지출 확대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인 동유럽 국가들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파키스탄, 터키, 동유럽 국가 등은 IMF가 일부 국가들에만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한다며 '이중 잣대'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IMF는 일부 국가의 경우 재정운용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재정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부트로스-갈리 위원장은 IMF가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가 다른 곳으로부터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추가 자금을 통해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하지 않고 금융위기 국면을 넘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일 벌어들인 돈 이상을 쓰고 있다면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야 하겠지만 지금 현실에는 맞지 않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지금의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