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OPEC 감산 영향, 폭등 재연 우려도

국제유가가 최근 견고하게 배럴당 45-50달러선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락하기 시작해 12월에는 배럴당 33달러선까지 추락했다.

당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20달러선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후 전세계 경제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뉴욕증시는 1.2월 오바마 취임식을 전후해서 30% 이상 하락했었다.

더욱이 전세계 석유 소비는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쌓여 있다.

정상적이라면 어떤 상품의 가격이나 주가보다 더 크게 떨어졌어야 하는 것이 유가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이를 "전세계 침체 트렌드를 유가가 거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달러화 약세와 이로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부터의 도피 수단으로 석유가 활용되고 있어 가격 지지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3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미국의 신규 실업자가 크게 늘고 주택거래 실적이 부진했다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1.6% 상승해 배럴당 49달러선에 거래를 마쳤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적극적인 감산을 추진한 것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OPEC는 급격한 수요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3차례에 걸쳐 하루 420만 배럴의 감산에 합의했고, 과거와는 달리 감산 실행률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가가 이처럼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피해가면서 견고하게 배럴당 45-50달러선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름이 되면 자동차용 휘발유 소비와 각 가정이나 사무실의 에어컨 소비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침체기에 유가 상승은 소비자에게 직접적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석유회사들이 가격이 최고점에서 크게 떨어지면서 새로운 생산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고, OPEC의 감산 조치 등으로 인해 내년이나 2011년쯤 경제가 회복되려 할 즈음에 공급 부족으로 인한 또 다른 유가 급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어 투자자들이 도피처로 다시 석유에 눈을 돌리게 될 경우, 지난해 초.중반 나타났던 고삐 풀린 유가 폭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