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확정한 '해운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방안'은 정부와 채권은행이 나서 △위기에 처한 해운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구조조정의 물꼬를 터주고 △규제를 풀어 민간과 대기업,금융기관의 선박펀드 투자를 유도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3조~4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용 선박펀드를 조성,부도 직전에 내몰린 해운업체들의 선박을 매입하고 해운업체는 이 돈으로 은행 부채를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또 선박을 발주해 놓고 자금난에 봉착해 중도금과 잔금을 못내는 해운업체에는 수출입은행이 대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3조~4조원 선박펀드 어떻게 조성되나

정부는 선박펀드 활성화가 해운업계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해운업체의 신용위험평가가 끝나 선박 매물이 쏟아질 5,6월께 민간 투자자와 대기업 ·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선박펀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이달 중으로 선박투자회사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선박펀드 조성에는 캠코와 채권은행단,민간 투자자가 참여한다. 펀드 조성 규모는 3조~4조원.최소 3조원에서 최고 4조원으로,1조원 차이가 나는 것은 선박펀드에 배를 팔 해운업체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단의 선박펀드 투자는 해운업체들이 배를 선박펀드에 팔고 대출금을 갚으면 그 돈을 선박펀드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운업체가 '시가(市價)' 매입에 반발,자체 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 그만큼 채권단의 선박펀드 투자 규모는 줄어든다.

◆중고 선박,'시가' 매입 기준은

선박펀드가 사들일 중고 선박의 매입가는 '시가'가 원칙이다. 영국의 클락슨 등 세계적인 조선 · 해운 리서치사들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중고 선박 가격과 국내 감정평가사들의 평가액 등을 토대로 해운사와 금융기관,캠코 등이 최종 인수가격을 협상해 결정한다.

중고 선박 매매가는 통상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호가를 선박 브로커(중개인)가 절충해 결정한다. 따라서 선사들은 선박펀드 측에서 제시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설 경우 시장에서 정상 거래를 통해 선박을 매각할 수도 있다.

◆수출입은행 4조 7000억 지원

수출입은행이 지원하는 선박금융은 4조7000억원 규모다. 이 돈은 국내 조선소에서 이미 60% 이상 건조가 진행된 선박에 한해 지원한다. 다시 말해 선주(船主)가 선박을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뒤 공정률 60% 이상까지 진행시켰으나 이후 자금난으로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지원한다.

대출금액은 계약금의 80%이내로 선박 인도 후 12년 이내에 갚으면 된다. 상환조건은 연 1회 이상 정기 균등 분할 상환이다. 대출이자는 고정금리 또는 변동금리 중 선택할 수 있다. 해운업체는 인도받은 배를 선박펀드에 시가로 되팔아 운용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대기업 · 금융기관 투자유도

해운 · 조선업종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선박운용회사 투자도 확대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달 중 선박회사투자법을 개정,전체 지분의 30%로 제한했던 선박운용회사에 대한 지분 출자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나아가 민간 투자를 늘리기 위해 3년 이상 선박투자회사 존립 의무,2년 이상 대선(貸船) 의무 등 각종 제약사항을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투자자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해운업계는 "'돈맥경화' 상태에 놓인 해운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양홍근 한국선주협회 홍보담당 이사는 "중고 선박 외에 건조 선박도 금융지원을 해주기로 해 해운 및 조선업계를 동시에 지원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중견 해운업체 관계자는 "구조조정 선박펀드의 매입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지켜본 뒤 선박펀드에 배를 팔지를 결정하겠다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김동민/장창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