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가장 어려운 관문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우리 측 비준 처리 절차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가 비준안을 먼저 처리하면 미국 측이 압박감을 느껴 뒤따라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6월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미 행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반대 또는 재협상 기류가 여전해 의회를 설득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우리 측의 선비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가 미 의회의 벽을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 "선비준으로 재협상 요구 차단"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함에 따라 이제 우리 측 비준까지는 국회 본회의 의결이라는 절차만 남게 됐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협상이 공식타결된 지난 2007년 9월 17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처리되지 못해 자동폐기됐고 이어 18대 국회 임기 개시 직후인 지난해 10월 재차 제출돼 논란 끝에 이날 처리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미국 측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측이 먼저 비준안을 처리함으로써 미 의회의 비준안 처리를 촉구하고 재협상 요구도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가 먼저 FTA 비준안을 처리해 앞서가면 상대가 뒤따라오는 효과가 있다"면서 "그렇게 해야 가장 순조롭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민 외교부 FTA 교섭대표는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를 하는 것이 재협상 차단에 있어 최선의 해법"이라며 "국제적으로 서명까지 이뤄진 협정을 뒤엎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비준이 재협상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한 콜롬비아는 자국 의회의 통과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미.콜롬비아 FTA 이행처리법안 제출에도 불구하고 미 민주당의 제동으로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해 여전히 발효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 "정상회담이 고비"
미국 측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우선 6월 중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일 런던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가 두 나라에 상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FTA 진전을 위해 협력키로 합의했다.

정부는 일단 6월 정상회담에 앞서 5월 중 미 통상정책을 담당하는 무역대표부(USTR)와 사전에 만나 한.미 FTA 처리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김종훈 본부장은 ""6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5월이 되면 정부간 대화가 시작될 것이며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USTR와의 협의 과정에서 한.미 FTA에 대한 미 새 행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들어보고 한.미 FTA가 양국의 이익이 균형되게 반영된 협상인 만큼 원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USTR와의 일정이나 구체적인 안건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정상회담에 앞서 서로 간의 입장을 들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실무만남에서 논의가 진전될 경우 6월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좀 더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발언이 오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 미 의회 설득도 관건
양측 행정부와 정상이 한.미 FTA 처리와 관련해 의견 접근을 이루더라도 미 의회 통과라는 최종 장애물이 남게 된다.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전히 한.미 FTA를 현 상태로 수용하는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찰스 랑겔 세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하원의원 16명은 지난달 30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의 부록을 통해 한국 자동차 시장에 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고, 상원 재무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막스 보커스 위원은 "한국은 반드시 연령에 관계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그래야만 한.미 FTA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미 FTA와 쇠고기 연령제한을 연계할 것임을 시사했다.

통상적으로 미국은 FTA 비준과 관련해 협정문과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행정부와 의회 간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비준이 확실시된다는 믿음이 생길 경우 행정부가 의회에 협정문과 이행법안을 제출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의회의 반대가 여전할 경우 비준안 처리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역시 미 행정부의 조기 처리 방침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의 벽에 걸려 처리가 장기간 지연된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비준안을 처리하는 것은 의회이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의견교환이 이뤄지더라도 의회 설득작업을 거쳐야 한다"면서 "4월 말 USTR 아시아담당 부대표가 인준되고 협정문에 대한 검토 작업을 거친 뒤 의회 설득작업까지 마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의회가 한.미 FTA보다 미.콜롬비아, 미.파나마 FTA 처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연내 처리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