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업이 관료주의의 타성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영 시스템에 외부 에너지를 유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거나 외부 인물을 영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새로 자리를 맡아 변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은 기존 네트워크를 혁신의 장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CEO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네트워크 전체를 바꾸기는 무척 힘들다. 이 경우엔 또 다른 에너지가 유입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강력한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 같은 단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려면 요즘처럼 외부 경제 여건이 어렵거나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고조되는 때가 적합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인위적인 외부 에너지를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는 경우이다. NEC의 고바야시 고지 전 회장은 일찍이 '안정된 기업은 불안전하고 불안정한 기업이 안전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기업이 경영상의 위험을 극복하고 안정 상태에 들어가는 순간 기업은 서서히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고,반대로 곧 망할 것 같은 불안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를 모색할 때 발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네트워크 조직에서의 혁신은 의외로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1993년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신경영을 표방하면서 도입했던 '7-4제(오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가 근무 시간만 바꾼 게 아니라 업무에 임하는 임직원들의 자세를 바꿀 수 있었던 이유도 네트워크 확장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조직 내부의 상호작용 때문이었다.

반대로 네트워크 한 부분에서는 긍정적이던 변화가 단계적 반응을 통해 다른 곳에서는 부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경우 그 파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과거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세계 경영이 무려 2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실을 끌어안고 무너진 것도 경영 네트워크 내 리스크 관리능력 부재가 '세계 경영'이란 드넓은 네트워크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