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회사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에서 일하는 다니구치 도시오(62)씨는 지난달 사측의 감봉 조치를 받아들인 이 회사 근로자 1만명 가운데 한 명이다.

다니구치씨는 "감봉을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았지만 많은 동료들은 여전히 직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3월 끝난 지난 회계연도에 2천60억엔(21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되는 르네사스는 올해 근로자 임금의 10%와 경영진 봉급 30%를 삭감했으나 600명이 조기퇴직한 것 말고는 감원은 없었다.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유연한 임금체계를 갖춘 일본의 기업들이 경제위기의 충격을 감원보다는 감봉으로 이겨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2일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랜들 존스는 "일본은 근로자를 해고하기보다 임금을 줄이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이 방식이 건전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실업 상태가 돼 복지 혜택을 받는 것보다는 고용을 유지하는 편이 사회적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존스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25개 선진국의 평균 명목임금은 경기침체기를 포함, 지난 20년간 매년 인상됐지만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 가운데 7년은 삭감됐다.

일본의 정규직 근로자는 연봉의 4분의1 가량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상여금으로 지급받는데 기업들은 이윤이 줄어들면 이 상여금을 깎아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올 여름 상여금은 7.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91년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모든 근로자가 고용 유지에 혜택을 입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들도 임시직 근로자들은 해고하고 있으며 전체 노동인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어 1990년대 초에는 20%였으나 현재는 3분의1이 넘는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