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 주말 중국 최대 무역전시회인 중국 수출입상품교역전(廣州交易會·캔톤페어) 현장을 '깜짝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19일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참석을 마치고 베이징(北京)으로 복귀하는 도중 광둥(廣東)성 성도인 광저우(廣州)를 방문, 중국수출상품교역회관에서 열린 제105회 캔톤페어를 참관했다고 광둥성 언론들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문회보(文匯報) 등 홍콩언론들이 21일 보도했다.

원 총리는 캔톤페어 참관에 앞서 중국의 '개혁개방 1번지'인 선전(深천<土+川>시도 잠시 들렀다.

원 총리가 전격적으로 광둥성을 방문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타격을 입고 있는 중국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광둥성 정부 및 경제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은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광둥성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5% 성장하는데 그쳤다.

중국 전체의 수출액의 28%, GDP의 12.5%를 점하고 있는 광둥성은 개혁개방 30년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10.5%로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둥성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8.5%로 설정해 놓았으나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러한 광둥성의 '시련'은 중국 최대 무역전시회이자 중국 제조업의 바로미터로 알려진 캔톤페어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모두 3기로 나눠 진행되는 제105회 캔톤페어는 1기가 끝난 상황에서 지난해와 비교할 때 매우 저조한 실적으로 거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105회 캔톤페어는 ▲1기(4월15일∼19일) 기계류, 전자 및 전기제품, 자전거 등 ▲2기(4월24∼28일) 주방용품, 완구, 시계 등 ▲3기(5월3일∼7일) 의류, 식품, 의약품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캔톤페어를 주최하는 상무부에 따르면 1기 동안 총 8만2천520명의 바이어들이 전시장을 찾아 총 130억3천만달러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어수와 거래 규모는 지난해 10월의 제104회 캔톤페어 1기와 비교할 때 각각 5.4%와 20.8%가 감소한 수치다.

원자바오 총리의 캔톤페어 '깜짝 방문'은 바이어 감소로 실의에 빠진 참여업체들을 위로하고 광둥성 정부 및 경제인들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현지언론들은 분석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예고없이 캔톤페어 현장을 찾자 전시장에 있던 업체 관계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환영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바오 총리는 가전제품을 전시하는 전시관 2곳을 둘러본 뒤 참여업체 관계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출신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중앙정부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제조업자들은 세금 환급을 늘려줄 것을 원 총리에게 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제105회를 포함해 지난 2년 동안 모두 3차례 현장을 찾을 정도로 캔톤페어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