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사용자측이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 위해 기존 직원에 대한 급여 반납 등 강도 높은 카드를 제시하면서 노사간 협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사용자 대표인 은행연합회와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노조 대표는 지난 달 산별중앙교섭회의 결렬 이후 1개월여 만인 지난 17일 다시 만나 중앙노사위원회를 열었다.

사용자 대표측은 노조측에 신입 직원에 대한 20% 임금 삭감과 함께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매달 급여의 5%를 반납하는 방안을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사용자측은 또 금융공기업에 대해서는 노사간 합의문에 예외적으로 지부노사가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노조측에 전달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공기업의 경우 노사 합의를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일자리 나누기 방안 등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금 삭감폭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용자측 관계자는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연차 사용을 권장하는 것보다 기존 직원들도 급여 반납을 추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이를 통해 조성된 재원으로 신규 직원 채용이나 소외계층 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측은 이번에 사측이 제안한 방안은 그간 논의돼오던 수준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것이어서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기존 직원에 대한 임금 반납 등의 요구는 너무 지나치다"며 "올해 노사간 교섭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산별중앙교섭회의에서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금융기관 노사 대표들은 기존 직원 임금을 2년 연속 동결하고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신입 직원 임금 20% 삭감과 기존 직원에 대한 연차휴가 사용 촉진 등의 방안을 추진하자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보였다.

그러나 금융공기업들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입 직원과 인턴을 새로 채용하기 어렵고 신입 직원의 임금 삭감률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에 반대해 노사간 합의를 보지 못했다.

금융권 노사 대표는 내달 6일 중앙노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이날까지 새로운 요구안을 만들어 사측에 제안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