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상하이 한복판에 위치한 ‘바비 와와’(와와는 인형이라는 뜻의 중국어).6층짜리 건물 가득 1400여개의 바비인형을 채워넣은 이곳은 20,30대 직장 여성들로 가득차 있다.이들이 단지 인형이 예뻐서 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이들은 1만달러에 달하는 베라왕 드레스,상하이 최고급 레스토랑이 만드는 초콜릿,동물무늬가 들어간 스카프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한다는 추이 슈자오(23)씨는 이곳 매장에서 티셔츠를 사며 “바비가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윤 바로 예쁜 옷”이라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20,30대 직장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국적기업들이 바비인형·시트콤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WP에 따르면 바비인형을 제작하는 마텔이 성이나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여 바비의 이미지가 추락한 뒤 중국을 재기의 발판으로 선택한 건 단순히 중국에서 바비의 인기가 높아서가 아니다.그보다 구매력있는 20,30대 사무직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라는 게 WP의 분석이다.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는 자사 브랜드인 ‘클리니크’를 홍보하기 위해 소니와 손잡고 ‘수페이의 일기’라는 40부짜리 시트콤을 제작,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고 있다.‘수페이의 일기’는 상하이에 사는 여대생 수페이의 생활을 배경으로 클리니크 화장품과 소니의 가전제품을 이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에스티로더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트콤은 편당 평균 45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유럽계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는 자사 도브 브랜드 홍보를 위해 미국의 유명 시트콤 ‘어글리 베티’의 중국판을 제작, 방송했을 정도다.

WP는 중국의 젊은 직장 여성들은 서구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가격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황기에 서구 다국적 기업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