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설 현대화 비용 시민 전가" 부당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의 시민들은 지난달 30일과 지난 4일 불과 1주일 사이 2차례 갑작스럽게 발생한 정전사태로 큰 홍역을 치렀다.

예고없는 대규모 정전사태로 퇴근길 시드니시내가 큰 혼잡에 빠졌으며 직장인들은 승강기에 갇혔다가 구출되기도 하는 등 도시 전체가 한동안 혼란에 빠졌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주정부와 시드니시는 정전사고 원인 조사에 나서 전력공급선 노후화가 주 요인인 것으로 밝혀냈다.

그 이후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주정부는 전력시설 현대화와 전력망 확충 등을 위해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언론들이 20일 전했다.

아이언 맥도널드 주정부 에너지부장관은 "주정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확충사업에 필요한 예산 마련을 위해 사업자들이 전기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 전체 전력시설 현대화를 위해서는 향후 5년간 180억호주달러(17조3천억원 상당)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시드니 시민들은 주당 2.5호주달러(240원 상당)를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발표에 대해 당연히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전기료를 올리는 대신 먼저 전력시설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를 문책하고 동시에 에너지공급사업자들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에너지사용자연합회(EUA) 로먼 도먼스키는 "주정부 에너지산업이 점점 비효율적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과도한 지출대신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도먼스키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에너지업체들이 요구하는 과다한 예산안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과 에너지효율전문가들도 주정부의 이런 방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주정부의 이번 대책은 온실가스 배출만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에너지효율화 프로그램에 역행하는 것으로 호주에너지규제청(AER)은 오는 29일 열리는 전기료 인상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AER은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 산하 기관으로 서호주와 노던준주(準州)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주 및 준주의 전기 및 가스 등 에너지 소비자가격 결정과 온실가스 배출 규제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한 환경단체는 "전기료 인상은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와 인테그럴에너지, 컨트리에너지, 트랜스그리드 등 전력공급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며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전기료를 인상하기 전 이들 사업자의 예산 낭비는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