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굴뚝사업체인 포스코에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대 대학원 수업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포스코의 도전'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문과(文科)와 이과(理科) 통섭(지식의 통합)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내가 대학 시절 가난하게 공부해서 이런저런 책을 충분히 못 읽었는데 사회 생활하면서 안목과 경험이 좁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으며 "올바른 일을 할 줄 아는 지혜를 얻기 위해 폭넓은 독서를 하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정 회장은 향후 대학교 2학년이 끝날 때쯤 포스코 입사자들을 모집해 경영.경제 전공 학생들은 공대 과목을, 공대생들에게는 경영이나 회계학 수업을 필수적으로 듣게해 재교육도 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의 문리(文理) 통합형 인재관은 최근에는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도 실현되고 있다.

최근 경영층의 인문학을 포함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인 토요학습 참석대상을 그룹사 부장급까지 확대하고 다음 달 23일 열리는 5월 토요학습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토요학습 참석자는 610명에서 919명으로 늘어난다.

또 토요학습만으로는 인문학 학습이 부족하다고 보고 매월 둘째주 수요일 오전에 열리는 `수요 인문학강좌'를 새롭게 시행한다.

포스코 전 임원과 그룹리더(부장급)를 대상으로 열리는 이 강좌는 `논어', `맹자' 등 고전에서부터 철학, 문학, 세계사, 고고학 등 폭넓은 내용으로 채워진다.

첫 강좌는 다음달 13일 오전 7시에 서울, 포항, 광양을 연결해 영상강좌로 진행된다.

포스코 청암재단은 인문학 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청암재단은 매년 10명의 인문사회학 전공자를 선발해 아시아 각국에 보내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선발자에게는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지원한다.

다음달 19~22일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아시아 사회의 다양성과 상호 보완성 : 공동 번영의 길'이라는 주제로 포스코아시아포럼을 개최한다.

아시아의 문화와 가치 등 인문, 사회 관련 이슈에 대한 연구를 1년 동안 지원받은 아시아 각국 인문학 전공자들이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청암재단 관계자는 "보통 다른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비슷한 행사의 규모나 사업비를 줄이고 있지만 이번 행사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최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