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big buyer)이 왔다. " 국내 조선업계가 대형 수주 기대감에 모처럼 흥분하고 있다. 총 200억달러의 선박 발주를 앞두고 있는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40여명의 사절단이 방한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은 대규모 해양설비 발주를 앞두고 방한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에 나섰다. 페트로브라스의 이번 발주는 수주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국내 조선업계에 '가뭄 속의 단비'다. 일부 기업들은 수주 부진으로 대규모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운영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는 2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조선 및 기자재 업체들을 대상으로 구매 설명회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주요 조선업체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총 발주 물량은 브라질 인근 심해유전 개발을 위해 필요한 드릴 십(원유 시추선)과 반잠수식 시추 설비 등 28척,총 200억달러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21일 울산조선소에서 최길선 사장이 직접 페트로브라스 사절단을 영접할 계획이다. 이례적으로 조선 · 해양 · 플랜트 · 엔진기계 · 전기전자 · 건설장비 등 6개 사업본부장들도 총출동한다. 종합 중공업 회사로서의 위상을 각인시킨다는 취지에서다.

STX는 그룹 플랜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장원갑 부회장이 현장으로 내려가 일정 내내 사절단과 동행하기로 했다. 진해조선소에서는 김강수 STX조선해양 사장이 직접 회사를 소개할 예정이다.

STX 관계자는 "작년 말 강덕수 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 일행으로 브라질을 방문해 룰라 대통령과 면담을 갖는 등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해 왔다"며 "최근 브라질에서 대규모 디젤 발전설비를 수주하고 STX유럽(옛 아커야즈) 계열 조선소가 브라질에 있는 점 등을 부각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페트로브라스 사절단은 22일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도 둘러본다. 대우조선은 기원강 조선소장이 직접 해양설비 건조 능력을 집중 설명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브리핑을 통해 2005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 십 44척 중 29척을 싹쓸이한 경쟁력과 노하우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페트로브라스는 드릴 십 발주 이외에도 원유 생산 과정에 필요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 설비(FPSO)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추가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 전사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