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계열 케이블 방송사인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파문에 이어 이면 계약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등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티브로드가 이면 계약을 통해 실정법을 어기고 큐릭스 주식을 소유한 사실이 밝혀지면 인수 승인을 해 주지 않을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19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티브로드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며 "이면 계약이 사실로 드러나면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큐릭스 인수를 승인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최근 공개한 2006년 12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큐릭스홀딩스 지분 인수(안)'에 따르면 군인공제회와 한국개발리스(현 한국개발금융)는 큐릭스의 대주주인 큐릭스홀딩스의 지분 30%를 각각 460억원(15.3%)과 440억원(14.7%)에 인수하고 2년 내 티브로드의 모기업인 태광그룹 산하 태광관광개발에 옵션을 붙여 되팔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큐릭스홀딩스와 체결했다.

옵션은 태광관광개발이 2년간 이자 수익(1차 연도 10%,2차 연도 12%)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이후 군인공제회는 큐릭스의 지분 15.33%를 인수했으며 한국개발리스 대신 화인파트너스가 큐릭스 지분 14.67%를 인수했다.

이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티브로드는 방송법 시행령의 소유 · 겸영 제한을 위반한 것이 된다. 당시 방송법 시행령은 하나의 케이블 방송사가 소유 · 겸영할 수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수를 전국 77개 권역의 5분의 1(15개)로 제한하고 있었고 티브로드는 14개 SO를 소유하고 있었다. 방송법 시행령은 작년 말 개정돼 SO 수가 3분의 1(25개)로 완화됐다.

최 의원은 "방송법 시행령에는 SO의 지분 5% 이상을 소유하면 특수 관계인에 해당되도록 겸영 규제를 하고 있다"며 "군인공제회가 티브로드와 이면 계약을 맺은 것이 사실이라면 방송법 시행령의 겸영 규제도 위반한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법률 검토를 거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승인 심사단을 다시 소집해 재심사하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면 계약을 했다고 '소유'로 해석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법률적인 쟁점도 있다"며 "늦어도 6월 초에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브로드는 지난 2월 큐릭스홀딩스 최대주주 원재연씨의 지분 70%를 2500억원에 인수키로 계약을 맺었고 방통위는 성접대 파문이 터지면서 인수 승인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최근 티브로드의 큐릭스 불법 소유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태광의 불법 우회 소유를 눈감고 티브로드 간부는 청와대 행정관과 방통위 간부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비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