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파고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이 잇따라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그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은행 실적이 진짜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너선 웨일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18일 "미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가 보유자산 부실화에 따른 은행의 평가손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가평가 회계기준(mark to market)을 완화했다"며 "30억달러의 웰스파고 순이익이 정말 이익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요 은행의 실적 개선이 시가평가 기준 완화로 대규모 부실자산의 평가손실 반영을 줄인 데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16억달러의 순이익을 내며 5분기 연속 적자 늪에서 벗어난 씨티그룹의 경우 엄격한 시가평가 기준을 적용할 경우 290억달러로 평가해야 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자산 등을 1010억달러로 계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대형 은행들이 완화된 회계기준을 적용하면서 자산가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산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형 은행의 실적 개선이 실질적인 수익성 회복 덕분이라기보다는 평가손실을 줄인 데 따른 결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시가평가 완화와 함께 대형 은행들이 사실상 제로금리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각종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빌린 자금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얻은 금리 차도 은행 수익을 개선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모기지 금리 급락으로 대출자들의 리파이낸싱이 급증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인 것도 은행들의 1분기 성적표를 좋게 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의 마이크 메이요 애널리스트는 "현재 금융권의 대출 손실 우려는 대공황 때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모기지 손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업용 모기지와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론 부실로 자산 손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