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부터 생필품, 공공요금, 보험료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가뜩이나 수입이 줄어든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락했지만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인해 물가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지만 유가와 환율 등이 계속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장바구니 물가 고공행진
18일 농협유통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생닭 가격은 전주에 비해 9.5%, 1년 전에 비해 43.6%나 뛰었고 돼지고기 목심은 전주보다 10.7%, 작년보다 12.4% 상승했다.

배추는 전주보다 23.1%, 1년 전보다 74.5%나 치솟았고 양파는 작년에 비해 50.0%나 상승했다.

대파도 1주만에 33.3% 뛰는 등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음식료, 주류, 외식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롯데삼강과 해태제과는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을 50%나 올렸고 빙그레도 20% 인상했다.

이에 앞서 롯데칠성이 지난 2월 말 사이다와 캔커피, 생수 제품 가격을 7∼8% 인상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소주, 과자류, 식용유, 소시지.햄, 주스류 등 식품 전반에서 가격 상승 움직임이 이어졌다.

외식업계에서도 치킨 전문업체인 BBQ가 지난 2월 판매 가격을 15% 올리자 후발주자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설탕 가격도 지난달 15.8% 오르려다 취소됐지만 환율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인상시도가 있을 전망이다.

설탕 가격이 오르면 밀가루 가격도 움직이고 빵, 과자, 라면 등 식품 전반으로 또 다시 가격 인상 압박이 가해진다.

◇공공요금.생필품도 오름세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전력이 지난 1분기에도 1조7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경영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오는 6월부터 2천400원으로 500원 올리기로 했으며 그외 부산, 대구, 포항 등 지방 곳곳에서 택시 요금을 조정하고 있다.

일반 의약품 가격도 대거 올랐다.

삼일제약은 이달부터 알러지 증상 치료제 지르텍 공급가격을 10% 올렸고 다음달부터 어린이용 해열제 '부루펜 시럽'의 공급가격을 7.5% 인상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피로회복제 우루사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동아제약은 지난달 박카스 가격을 5년만에 12% 올렸고 아로나민골드, 마데카솔, 케토톱, 겔포스엠, 정로환 등 널리 알려진 약들의 가격도 10% 가량 올랐다.

보험료도 예외는 아니어서 손해보험사들은 4월부터 예정이율을 0.25% 낮춰서 보험료를 약 5% 인상했고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도 다음달부터 같은 폭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세제, 중고생 참고서, 수입 화장품, MP3플레이어, 카메라, 자전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 인상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 물가지표 `고공'..중기안정 기대
물가는 지표상으로도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0.5%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 5.9%, 2월 5.4%로 높아진데 이어 3월에는 무려 10.1%로 껑충 뛰었다.

석유류나 채소.과일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1월과 2월 각 5.2%, 3월 4.5%로 지난해의 4.2%에 비해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분기 3.9%로 지난해 4.7%에 비해 낮아졌다.

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지만 환율이 상승하는 바람에 물가안정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당국은 중장기적으로는 물가가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신 운 물가분석팀장은 "국제유가나 환율, 농축산물 등에서 조금씩 불안한 모습이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가상승, 과잉유동성 등으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유가도 조금씩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 서부텍사스유 현물은 2월 배럴당 39.20달러로 하락했으나 3월 47.97달러, 4월(1~16일) 50.37달러로 올랐다.

또, 각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만큼 이로 인해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이준서 기자 merciel@yna.co.kr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