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지역 패권을 잡기 위한 미국과 중국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참석차 멕시코를 첫 방문,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멕시코에 반입되는 불법 무기의 90% 이상이 미국에서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미 의회가 마약 및 무기밀매 방지협정을 비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칼데론 대통령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에도 협력을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전임 부시 행정부의 외교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미 총기업체와 보수단체의 후원을 받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멕시코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불법 무기의 멕시코 반입을 눈감아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지난 13일 50여년간 지속돼온 쿠바 송금 및 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17일부터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리는 미주 정상회의에선 미주개발은행(IDB)을 통한 대규모 중남미 지원을 약속할 예정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처럼 중남미 감싸기에 나선 건 최근 베네수엘라와 120억달러 규모 투자협정을 맺는 등 중남미 패권을 넓히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적지 않다.

중국은 최근 에콰도르 수력발전소 건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아르헨티나와는 700억위안(102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또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엔 100억달러를 빌려주는 등 중남미 지역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발빠른 행보에 중남미 국가 정상들의 마음도 중국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미국의 금융 헤게모니가 끝났다"며 미국을 자극했다. 그레고리 친 요크대 정치학자는 "중국이 중남미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장기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