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살며 항공사에 다니는 옌쥔(31)은 최근 은행 출입이 잦아졌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최근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서두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옌쥔이 찜해놓은 아파트값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당 1만1000위안(약 220만원) 정도였으나 최근 1만2500위안으로 상승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매가격이나 임대료 모두 강세다. 베이징에서 한국인이 많이 사는 왕징의 방 3개짜리 아파트는 한 달 임대료가 올초 9000위안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베이징올림픽 이전 수준인 1만3000위안으로 뛰었다.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선전도 오름세가 가파르다. 정판섭 선전 삼성부동산 사장은 "2월부터 거래가 활발해지더니 최근에는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며 "이미 저점 대비 10~15%가량 뛴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 통계에서도 오름세가 확인된다. 국가통계국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조사 결과 70개 주요 도시의 지난 3월 부동산 가격은 전월보다 0.2% 올라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올 1,2월 전국 주택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2008년에는 20.3% 감소했었다. 은행들의 1분기 신규 대출이 연간 목표액 5조위안에 근접한 수준인 4조5800억위안에 달할 정도로 돈이 풀린 데다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이 감면되면서 매매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 현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의 여우량 사장은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일어났을 뿐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