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촛불집회로 나라안을 들끓게 했던 쇠고기가 또다시 통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쇠고기 연령 제한 폐지를 연계하려는 미국 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는 미국산과 동등한 시장 접근성을 요구하며 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 美, 한.미 FTA와 연계 움직임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된 것은 2003년 12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서부터다.

이후 몇 년간 수입 재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양측은 지난해 4월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고위급 협의, 6월 통상장관 회담을 거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이후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에 대한 수입이 재개되면서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호주산과 함께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지연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측 비준과 연계해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 의회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막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 위원장이다.

'비프 벨트'(쇠고기 생산.수출 지역)인 몬태나주를 지역구로 둔 보커스 의원은 지난달 한.미 FTA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은 반드시 연령에 관계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그래야만 한.미 FTA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미 FTA 비준과 미국산 쇠고기 연령 제한 해제를 연계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일 단 우리 정부는 미측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이를 요구한 적이 없으며 수용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면 우리 소비자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며 "소비자들 인식이나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어떤 것이 (미측의) 이익에 가장 부합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우리 정부 판단은 아직 소비자 신뢰회복 단계에 와있지 않다"고 수 차례 밝혀왔다.

이미 한국에 대한 수출을 재개해 순조롭게 쇠고기를 팔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도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연령 제한 해제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캐나다 "美와 동등대우 해달라"

미국에 이어 캐나다도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쇠고기가 다시 통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캐나다는 2003년까지만 해도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국내 4위 쇠고기 수입국이었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2003년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9일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지연과 관련, 양국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으나 WTO의 분쟁 해결 협의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주요 개정 내용에 따르면 광우병 발생 국가의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수입하거나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 수입이 중단된 국가로부터 수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위생조건에 대해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캐나다는 똑같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인 미국과 달리 자국산 쇠고기 수입이 아직 재개되지 않은데다 수입 재개를 위해서는 국회 심의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이는 자국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1992년부터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5건의 광우병 소가 발견됐지만 광우병에 걸린 소가 식품으로 유통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홍콩은 2004년 11월, 일본은 2005년 12월, 대만은 2007년 6월 각각 캐나다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는데 한국 시장만 유독 개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와 캐나다는 지난 2007년 11월 수입 재개를 위한 기술협의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11월 캐나다에서 15번째 광우병 소가 발생하면서 협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일단 정부는 캐나다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양자 협의 등에서 WTO 협정 등 관련 규정을 토대로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패널 분쟁 단계로 넘어가기 보다는 양자 협의에서 원만히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역시 오랜 분쟁을 거쳐 WTO에서 승소하는 것보다는 조속한 한국 시장 개방이 실익이 큰 만큼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미국과 달리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계속 발견되고 있어 우리 국민들의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장태평 장관은 "우리는 그동안 충실하게 (캐나다의) 협상 상대자로서 손색 없이 일을 추진해왔다고 본다"며 "최대한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