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로부터 10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50억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정부 자금을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소형 지방은행들이 정부자금을 갚았던 사례는 있지만, 대형 은행 중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로서는 국민 세금을 축내는 부실은행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시장과 투자자에게는 골드만삭스가 정부 자금을 상환할 만큼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더구나 정부자금을 갚으면 임직원 보수 제한 등 각종 경영상의 정부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대형은행들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의 자금을 상환한다고 해서 정부의 지원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15일 골드만삭스가 `수표의 잉크가 마르자마자' 정부자금 상환을 통해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지만,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많은 은행들이 사실상 아무 조건이 붙어 있지 않은 또 다른 형태의 공적 지원은 `조용히'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지원은 바로 이들 은행이 자금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첨가되는 미 예금보험공사(FDIC)의 보증을 말한다.

은행들은 작년 11월 시작된 예보의 보증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실상 연명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은행들의 자금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금시장에 신용경색이 최고조에 달해 아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없을 때 정부의 보증이 붙었기 때문에 생존에 필수적인 자금을 최고 신용등급인 AAA에 준하는 낮은 금리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은행들이 이를 통해 지금까지 조달한 자금은 3천억달러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개월간 FDIC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28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체이스는 각각 400억달러가 넘었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통해 230억달러를 조달했다.

FDIC 보증프로그램은 정부 구제금융 자금과 달리 임직원 보수 제한 등의 부대조건이 없고 일정액의 수수료만 부과될 뿐이다.

이 때문에 금융업체들이 구제금융자금보다 이를 선호함은 물론이다.

딜로직의 집계에 따르면 이를 통한 채권발행 건수는 119건이 넘었고 작년 11월 시작 직후 골드만삭스가 가장 먼저 이를 이용했다.

일각에서는 골드만삭스가 FDIC 보증프로그램을 이용했기 때문에 정부의 정밀한 감시하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러미 벌로우 교수는 "돈에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니고, 골드만삭스가 정부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저리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면 TARP 자금 상환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FDIC의 이런 지원은 그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중요한 것이라면서 "그게 바로 그들이 매우 소중하다고 말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