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동파이프를 생산하는 D금속은 불황에도 불구,줄어든 주문량마저 소화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월 생산능력은 최대 1000t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800t을 채우기도 힘들다. 직원들은 거래처에 납기 연장을 요청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회사의 방모 대표는 16일 기자와 만나 "정상 가동을 하려면 최소 80명의 직원이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 11명을 포함해 63명뿐"이라며 "외국 인력 4명을 신청했는데 쿼터 축소로 몇 달째 묵묵부답"이라고 답답해 했다.

주요 공장지역마다 불황 속 '인력 대란'이란 기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실업자가 100만명에 이르렀지만 정작 중소 제조업체들은 생산직 근로자들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청년들은 극심한 실업난에도 불구,여전히 3D 직종을 기피하는데도 정부가 지난해 말 외국인 취업자 수를 크게 줄인 결과다.

정부는 미취업 근로자들의 중소 제조업체 취업을 유도,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올해 새로 채용할 수 있는 외국인 쿼터를 지난해(6만800명)의 5분의 1 수준인 1만3000명으로 대폭 줄였다. 그렇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외국 인력 축소로 생긴 일자리에 내국인 근로자가 취업하지 않으면서 생산인력의 수급난만 되레 심해졌다.

실업 급여 지급액이 3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기업들의 구인 신청 건수는 5개월째 증가,9만명을 넘어선 게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인 스카우트 전쟁을 유발,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학 진학률이 80%를 웃돌면서 젊은이들은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에만 취업하려고 한다"며 "정부는 외국인 쿼터를 늘려주든지 아니면 청년실업자의 공단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실업 급여를 타기 위한 위장 취업까지 발생해 중소기업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L사 이모 대표는 "올 들어 고용한 내국인 근로자 중 몇몇은 실업 급여를 신청할 목적으로 하루이틀만 일한 뒤 그만뒀다"며 "3D형 업체들은 근로자 부족으로 공장을 세우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칠규 중소기업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공공기관 취업시 중소기업 경력에 가산점을 주는 등 중소기업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성태/이계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