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여파로 여성들이 실업쇼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 일자리가 3배 이상 급감한 가운데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따라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한 채 가사 · 육아 등을 선택하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16일 지난달 여성 취업자 수는 956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만9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남성 취업자 감소 규모(4만6000명)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 여성 취업자가 급격히 줄었다. 20대 여성 취업자(전년 동월 대비)는 8만9000명,30대는 14만1000명이나 줄어 같은 연령대의 남성 취업자 감소폭(20대 2만4000명,30대 5만6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여성들이 고용시장 위축의 1차 충격파를 남성보다 먼저 받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용시장 위축으로 재취업이나 구직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성도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업자 통계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직장은 없지만 4주 이상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실업자 통계를 보면 지난달 남성 실업자는 전년 동월에 비해 11만2000명 늘어난 64만1000명인 데 비해 여성 실업자는 31만1000명으로 1년 사이 3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업률도 남성은 4.5%인 반면 여성은 3.1%였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남성에 비해 여성 취업자 감소폭이 크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낮게 나온 것은 여성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로 많이 편입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사' 활동에 종사한다고 답한 여성은 지난 1월 9만4000명,2월 16만2000명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4만7000명이나 늘었다. '육아'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한 여성도 1월(5만7000명),2월(10만2000명)에 이어 지난달 6만8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용시장에서 한번 밀려난 뒤 재취업이나 구직 노력을 하기보다는 집안 살림을 하기로 결정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박신영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