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지난 13일 수만명이 조세저항 시위인 '티 파티(tea party)'를 벌였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경기부양에 쏟아부으려는 오바마 정부로선 암초를 만난 셈이다.

AP통신은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오바마 정부 집권 이후 첫 연방 세금신고 마감일이라는 상징적인 이날을 선택해 정부의 재정지출과 세금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티 파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과도한 지출과 세금 부과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티 파티' 시위는 영국의 지나친 세금 징수에 반발한 식민지 미국의 주민들이 인디언으로 위장,1773년 12월16일 보스턴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차(茶) 상자를 바다에 버린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의 현대판이다.

이날 티 파티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절정에 달했다. 담배와 주류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킨 켄터키주와 15억달러의 주 경기부양책을 받아들인 네바다주 등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이 울려퍼졌다.

심지어 주 소득세가 없는 알래스카주에서도 '재정지출 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는 수백명이 시위에 나섰다. 워싱턴DC에선 시위대가 정부 지출에 반대하는 의미로 차 봉지를 던지면서 백악관 앞 거리의 통행이 금지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 주최 측은 웹사이트(taxdayteaparty.com)에서 '티(tea)'는 '이미 과세를 할 만큼 했다(Taxed Enough Already)'는 의미의 약어라면서 이날 하루 미국 곳곳에서 750여건의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당파적인 자발적 시민운동이라고 주장하지만 보수주의자 및 자유주의자들이 주도하는 공화당 지지 운동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