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일부 대형 은행들이 신입 외국인 직원들을 해외 지사로 배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자금 지원을 받으면 'H-1B 비자'가 필요한 외국인보다 미국인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 일부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입 외국인 채용자들에게 고용 취소 통보를 보냈지만, JP모건 체이스, 씨티그룹,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은 외국인을 해외 지사로 배치하는 '편법'을 선택했다.

우수한 외국인 인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미국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민 규제는 없다'는 틈새를 이용한 것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250억달러를 지원받은 JP 모건 체이스는 H-1B 비자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 채용자 50명을 런던, 상파울루, 홍콩 지점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TARP 자금 500억달러를 받은 씨티그룹도 신규 채용자의 1%에 해당하는 외국인 신입 직원들을 능력과 모국어에 기초해 해외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도 이미 채용한 신입 외국인 대졸 사원에게 고용 취소 통보를 보내는 대신 해외 지사 발령을 권유하는 방법을 택했다.

은행 경영자들은 미국 대학에서 미국 금융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한 외국인을 채용하는 것이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TARP의 외국인 인력 채용 제한 조건이 "보호주의적이며 자멸적인 정책"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