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의 운명은 6월1일 최종 결정된다. 미국 정부가 지난 달 GM이 가져온 자구책을 되돌려 보낸 뒤 새로운 대책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데드라인’이다.

한동안 오락가락하던 GM 대책은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일단 ‘파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초기엔 “GM은 덩치가 너무 커 죽일 경우 경제적 파장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젠 쑥 들어갔다. 어지간한 구조조정으로는 GM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제는 GM의 파산 후 처리 절차. 우량자산만 따로 모아 별도 법인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엔 미 행정부의 출자전환으로 GM을 사실상 ‘국유화’하는 대책도 거론된다. GM의 운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밑빠진 독’ GM

올 초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은 GM 편이었다. 공식적으로 “파산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GM은 오바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34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수혈받고도 별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노동조합과 채권자 사이의 갈등은 가뜩이나 바닥난 GM의 체력을 더욱 갉아 먹었다.

‘숫자’도 받쳐 주지 못했다. GM은 지난 한달 동안 미국 시장에서 15만5334대를 팔았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5%나 판매량이 줄었다. 한국 일본 등의 경쟁 업체들보다 한참 뒤처진 성적표다.

다음달부터는 대규모 리콜도 실시해야 한다. 엔진 부품에 결함이 있는 차량 150만대가 대상이다. 뷰익 시보레 올즈모빌 폰티악 등 주력 차종이 모조리 리콜 대상에 올랐다.

◆우량자산만 추려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자동차 살리기 전략을 ‘외과수술’에 비유했다. 외과수술은 곧 ‘파산’을 의미한다. 뿌리깊은 고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칼을 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와 채권단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도 파산 절차는 불가피하다.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다음에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새로운 회사를 하나 별도로 세운 뒤 GM의 우량브랜드와 자산을 골라내 인수토록 하는 시나리오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반면 부실한 자산과 경쟁력없는 브랜드는 잔존 법인에 남겨둔다. ‘굿 GM’과 ‘배드 GM’으로 나눠 각기 다른 생존방안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굿 GM’은 50억~70억 달러만 수혈하면 곧바로 정상화할 것으로 미 행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대신 ‘배드 GM’은 수년에 걸쳐 장기 청산과정을 밟게 될 전망이다.

◆GM, 국유화하나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미국 정부가 GM에 지원해 준 134억달러의 자금을 GM의 구조조정 후 새로 탄생할 법인의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제금융 자금을 ‘굿 GM’의 주식으로 바꿔 GM의 채무 부담은 줄이고 정부의 영향력은 높이겠다는 의도다. 적당한 외부 민간투자자를 찾지 못한 것도 미 정부가 출자전환을 고려하게 만든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정부가 지원금 중 얼마를 출자 전환할 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원금 모두를 주식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GM의 켄트 크레사 임시 회장은 “정부가 대출금 일부를 주식으로 갚도록 해 준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자동차 회사의 주인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시장 경제원리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구 소련을 닮아간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GM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어떻게 경영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