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영역에 진출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기존 사업의 성장 정체 때문이거나, 경기 침체기에 돈이 되는 사업이면 가리지 않고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매장 면적 330㎡ 안팎의 '미니 이마트'를 오는 7월부터 운영하기로 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고, 통신기업 LG데이콤은 다소 생뚱맞은 웨딩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삼성전자는 CCTV 등 영상보안 시장의 공략에 나섰으며, LG전자는 정수기 렌탈 등 헬스케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과 전화 사업을 하는 LG데이콤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웨딩사업 강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7월 토털 웨딩서비스 '마이e웨딩'을 선보인 이 회사는 수수료 중심 사업 모델을 넘어 컨설팅, 혼수 정보, 여행정보, 결혼박람회 등 포괄적인 웨딩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LG데이콤은 이미 서울, 부산, 광주 등지에서 웨딩박람회를 개최했으며 전국 7개 도시에 오프라인 센터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무선 통신업계는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그만큼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영상보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CCTV 카메라 등 영상보안 시장은 매년 두 자릿 수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호조를 보였는데, 이달 초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해상도의 지능형 CCTV 카메라 A1 시리즈 18종을 내놓고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때문이다. 또 LG전자, SK네트웍스 등도 영상 보안 시장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부터 헬스케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안마기와 이온수기를 출시하며 중소업체와 외국산 위주여서 정체돼 있는 건강가전 시장을 보다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에는 정수기 판매 및 렌탈 사업도 본격 시작했다.

이마트의 경우 수도권에서 대형마트 부지를 찾기가 어려워지자 주택가나 도심의 동네 상권으로 수익원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실상 슈퍼마켓 사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슈퍼마켓조합연합회는 '소형 이마트'를 생존의 문제로 보고 이번 주 중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안 좋은 경제 상황이 대기업의 사업 영역 확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면서 "대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사업이나 R&D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쪽으로 하는 것이 중소기업과의 상생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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