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 유보율 697%…27.5%P↑
10대그룹은 894%…`투자 확대' 허언

이명박 정부가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재계의 투자기피 현상은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34곳 중 비교 가능한 552곳(분할합병,결산기 변경,금융업 등 제외)의 2008년도 사업보고서 상 자본금과 잉여금 등의 수치를 전년 말과 비교해 유보율을 계산한 결과 696.97%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669.48%보다 27.4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자본금이 전년도 55조3천807억원에서 56조1천598억원으로 늘어났으나 잉여금은 370조7천606억원보다 5.57% 증가한 391조4천146억원으로 파악됐다.

유보율은 영업활동과 자본거래 등을 통해 벌어들인 잉여금이 자본금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들이 경기 침체기를 맞아 그동안 벌어놓은 자금을 투자에 활용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는 경향이 심해진 탓에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보율 2,000% 이상인 회사는 전년 말보다 9곳 늘어난 56곳이었고 1,000∼2,000% 미만 기업은 4곳 증가한 96곳이었으나 200∼1,000% 미만 상장사는 18곳 감소한 252곳으로 파악됐다.

잉여금이 전혀 없어 연구.개발이나 투자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회사는 전년보다 12곳 늘어난 35곳이었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나머지 기업의 541.34%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893.92%로 나타나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동조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던 재벌 총수들의 약속은 허언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최근 정부 규제 완화를 조건으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호소한 것은 대기업들의 투자 기피 현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지난 1일 `공정거래의 날 기념행사'에서 "비상경제체제하에서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시행을 2년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규제 유예를 통해 경제회복의 핵심동력인 민간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다.

기업들도 기술혁신과 연구개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그룹별 유보율을 보면 포스코가 5천843.80%로 10대 그룹 중 최고였고 현대중공업 1천859.78%, 삼성 1천619.90%, 롯데 1천277.13% 등의 순으로 높았으며 무리한 M&A(인수.합병)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금호아시아나가 234.90%로 가장 낮았다.

유보율 상위 기업은 SK텔레콤 2만7천908.29%, 태광산업 2만5천363.18%, 롯데제과 2만1천467.84% 등 순이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