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거 前 IMF부총재 조찬강연

앤 크루거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15일 "주식이나 주택 시장에서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적어도 올해 중반쯤 상황이 전환됐다는 사인이 확인돼야만 바닥을 쳤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루거 전 부총재는 이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최근 세계경제 위기와 우리의 교훈'을 주제로 가진 세계경제연구원 초청강연에서 "봄의 신호탄은 있지만 아직은 봄 서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만 부정적인 충격이 나와도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01~2006년 IMF 수석부총재를 거쳐 현재 미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교수를 맡고 있다.

크루거 교수는 "미 주택가격이 점차 바닥을 치고 가까운 미래에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며 "하지만 1~2분기가 더 지나 실업률 개선이나 총수요 진작 등으로 나타나야만 회복을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위기 상황이 워낙 급박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단기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2년간 상황이 반전되고 돈이 돌아간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장기적으로 인플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글로벌 경제불황의 근본 원인으로는 오랜 기간 지속된 저금리를 꼽았다.

그는 "저금리로 주택 버블이 일어났고 금융회사들이 저금리로 돈을 빌려 다른 나라에 고위험 투자를 하게 됐다"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국가간 불균형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비준과 관련,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산업이라는 정치적 문제"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