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의 '주요 업종별 구조조정 방향'이라는 내부 보고서가 산업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서는 지경부가 '2009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둔 지난 1월 작성한 것으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10개 업종 담당과에서 산업연구원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작성한 내용을 취합했다. 이 보고서가 뒤늦게 논란을 일으킨 것은 자동차와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밑그림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국내 자동차 5개사 중 '글로벌 5대 기업' 1개사를 포함해 3개사 정도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대 · 기아차를 제외한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가운데 많게는 2곳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기업 간 자율적인 사업 교환과 품목 통합을 유도해 울산(경남) 대산(충남) 여수(전남) 등 3개 산업단지별로 특화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공급 과잉 품목인 폴리스티렌(PS)의 경우 울산 3개 기업과 여수 2개 기업을 단지별로 1개로 통합한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담았다.

보고서에서 구조조정 대상 가능성이 높은 GM대우와 쌍용차는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도 "GM대우와 르노삼성은 외국인 투자 기업인데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라 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보고서는 정부의 정책이 될 수 없다고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자율적인 구조조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작년 말 시황이 악화했을 때만 해도 7~8개의 전국 나프타분해시설(NCC)이 3~4개로 자율 재편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올 들어 시황이 좋아지는 만큼 사업 정리에 나설 업체들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지경부의 안은 장기적인 구조조정 유도안일 뿐"이라며 "현재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실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말했다.

류시훈/이상열/이정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