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내수 위축으로 기업들뿐만 아니라 은행들마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수조원씩 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하던 시중은행들은 최근에는 '3대 악재'에 휘말려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은행 수익의 기본인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줄고 펀드 보험 등 다른 금융권 상품을 대신 판매해 받는 수수료 수입도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다 연체율마저 가파르게 올라 은행 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예대금리차 축소

시중은행 3대 악재에 '몸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은행들의 예금 · 대출 잔액에 대해 가중평균금리를 비교해본 결과 지난해 11월 2.89%포인트에 달했던 예대금리차는 12월 2.70%포인트,올해 1월 2.40%포인트,2월 2.19%포인트 등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불과 3개월 사이에 0.7%포인트 급락한 셈이다.

100조원을 운용하는 은행이라면 예대금리 격차로 인한 수익이 3개월 만에 무려 7000억원 감소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변동금리부 대출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2%중반까지 떨어진 데 따른 현상이다.

◆펀드 · 방카슈랑스 판매 급감

무위험수익으로 은행 이익의 10% 정도를 차지했던 수수료 수입도 감소하는 추세다. 경기침체와 주가하락이 겹치면서 펀드와 방카슈랑스 판매액이 동반 감소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펀드판매 수수료가 지난해 1분기 980억원,2분기 1107억원에 달했으나 3분기 851억원,4분기 627억원에 이어 올 1분기엔 612억원으로 떨어졌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62%에 불과한 수준이다.

방카슈랑스 판매액 역시 지난해 1분기 453억원이던 것이 올 1분기엔 83%인 379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으로 1000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은 상승 중

은행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0.97%였던 것이 지난해 말 1.08%로 높아졌고 올 3월 말엔 1.46%까지 치솟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연체율 상승행진이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가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건설 해운 등 이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업종에서도 추가 부실이 나올 공산이 크고,중견그룹사 중에서도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곳이 몇몇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사가 안 돼 휴 ·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점도 가계대출 연체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자영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5만6000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말썽이 됐던 키코(KIKO · 통화옵션상품)거래도 은행들을 옥죄는 잠재부실 중 하나다. 키코 거래업체가 지급을 이행하지 못하면 그 손실을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 현재 KIKO거래 총액은 37억달러에 달했다.

김인식/강동균/유승호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