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니터는 데스크톱 PC를 살 때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주변 기기의 성격이 강했다. PC는 사양을 꼼꼼히 따지지만 모니터는 대개 PC에 함께 묶여 있는 제품을 골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PC보다 모니터에 비중을 두고 PC 패키지를 장만하는 고객들이 늘어났다.

전체 패키지에서 모니터가 차지하는 가격 비중도 높아졌다. PC보다 비싼 대형 모니터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일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모니터 독립'으로 부르고 있다.

최근 모니터 시장의 트렌드는 대형화다. 집이 좁아 큰 TV를 사기 부담스러운 싱글족들 중 상당수가 모니터로 TV를 시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나온 대형 모니터들은 대부분 HD TV 수신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0인치대 TV를 모니터로 쓰는 소비자들까지 있을 정도"라며 "모니터와 TV의 경계가 사실상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보는 각도에 따라 프레임의 색깔이 달라 보이는 '터치 오브 컬러'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 2개 모델을 선보였다. 20인치(50㎝)와 23인치(58㎝) 제품이 새로 나왔다. 신제품의 특징은 두께.가장 얇은 부분이 기존 LCD 모니터의 절반 수준인 30㎜에 불과하다. 모니터의 목 부분은 투명한 크리스털 느낌의 소재로 처리했다.

소비 전력도 기존 제품에 비해 33%가량 줄었다. 명암비는 5만 대 1,응답 속도는 2ms다. 23인치 제품인 P2370G는 풀HD(초고화질)를 지원,TV 대용으로 쓸 수 있다.

LG전자도 이달 초 모니터 신제품 8개 모델을 내놓았다. 18.5인치(47㎝)부터 27인치(69㎝)까지 다양한 크기의 제품들이 나와 있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16 대 9와 16 대 10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주변 밝기를 감지해 모니터 밝기를 9단계로 조절한다. 한 시간 단위로 모니터 전원 버튼이 반짝이며 눈의 휴식 시간을 알려 주는 기능도 있다. 모니터를 오래 사용할 때 느끼는 눈의 피로를 덜어 주기 위해 이 같은 기능을 넣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명암비와 응답 속도는 각각 5만 대 1과 2ms로 삼성전자 제품과 동일하다.

한번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놓고 쓰는 소비자를 겨냥한 '보조 모니터'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보조 모니터는 별도의 전원선 없이 USB 케이블을 PC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전원과 그래픽 신호가 처리되는 제품을 의미한다. 대개 10인치(25㎝) 미만이다. 주식 시세표를 띄워 놓고 작업해야 하는 증권업계 종사자,메신저 사용이 많은 영업부서 직원 등 두 개 이상의 모니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주 타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액자 기능을 겸한 보조 모니터도 나왔다. 디지털 액자는 사진 파일들을 저장해 놓고 슬라이드 쇼를 설정하면 사진들을 순차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9일 내놓은 8인치(20㎝) 크기 보조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1기가바이트(GB) 대용량 메모리가 내장돼 300K 용량 사진 3000장 이상이 저장 가능하다. 자동 온 · 오프 기능으로 설정된 시간에만 작동한다. 이 때문에 하루 12시간씩 한 달 내내 사용해도 전기료가 6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두께는 23㎜이며 가격은 14만5000원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5월 10인치(25㎝) 크기의 보조 모니터 겸용 디지털 액자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디지털 액자 기능이 없는 제품은 좀 더 저렴하다. 이 회사가 만든 7인치(17㎝) 보조 모니터 U70의 가격은 9만9000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액세서리 차원에서 보조 모니터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