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업은행장은 13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 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우건설 풋옵션은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3조원가량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에서 지원받는 대신 올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풋옵션 행사가격(3만1500원)을 밑돌면 이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계약을 말한다. 13일 현재 대우건설 주가(1만1500원)가 지속될 경우 금호 측이 부담해야 하는 대우건설 풋옵션 비용은 3조9000억원에 달한다.

산은 등 채권단에서 금호아시아나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들어 대우건설 풋옵션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금융에 참여한 국내 은행들이 풋옵션을 일괄 만기연장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며 "인수금융에 참여한 국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대신 만기를 연장하는 방법 등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호생명 등 자산 매각을 계속 추진하고 올 연말로 예정된 풋옵션 만기를 연장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현재 채권단에서 PEF 조성 및 풋옵션 만기연장 등 여러가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올 상반기까지 4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금호생명을 매각하더라도 2조원대의 자금이 부족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달 대한통운 유상감자를 통해 1조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풋옵션 리스크가 해결될 경우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은은 금호아시아나의 주채권은행으로 이달 말까지 계열사 전반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작업을 진행 중이다.

민 행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처리와 관련해서는 "해외 투자자들의 입찰 참가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해외기업에 팔 수는 없다"며 "재무적 투자자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일부 지분을 파는 것은 언제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보강하게 되면 대만 등 경쟁업체에 비해 확고한 시장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구 주식을 매각하기보다는 신주를 발행해 블록세일 방식(특정 주체에게 일정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채권단은 현재 자금조달을 통한 재무개선 작업과 매각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채권단은 조만간 7000억원의 증자와 자산매각 등을 통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안을 서면 결의 방식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매각주관사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중 구체적인 지분 매각 시기와 방법 등을 조율할 계획이다.

민 행장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와 관련,"산업은행은 GM대우의 주주이자 채권자이지만,국익도 고려해야 해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며 "선제적 지원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GM대우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산은 등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 및 하이닉스에 대한 해결방안을 본격 모색함에 따라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이 진행하고 있는 45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채권단의 재무구조 평가와 맞물려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심기/장창민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