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가 일본 미쓰비시레이온의 영국 아크릴업체 루사이트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중국이 해외에서 이뤄진 다국적 기업 간 인수 · 합병(M&A)에 브레이크를 건 첫 사례로,세계 '경제검찰'로까지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공정거래당국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미쓰비시레이온이 지난해 11월 루사이트를 16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한 이후 올 1월까지 인수 작업을 마칠 것으로 예상했지만,전 세계 반독점당국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이 승인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반독점법 시행에 들어가면서 해외에서의 M&A도 자국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미쓰비시레이온이 루사이트를 인수하면 수지와 플라스틱 원료인 아크릴 세계 생산의 40%를 차지하게 된다. FT는 중국 정부의 이번 제동이 자국 기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거래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보호주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벨기에 맥주업체 인베브가 '버드와이저' 브랜드를 가진 미국의 안호이저부시를 합병할 때도 승인 조건으로 중국 업체에 대한 M&A를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인베브와 안호이저부시가 합병해 생긴 AB인베브가 지난 2월 중국의 간판 맥주업체 칭다오맥주 지분 19.9%를 일본 아사히맥주에 매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도 지난해 리오틴토 인수를 추진할 때 독점 심사 자료를 호주는 물론 중국에 제출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달에는 자국 최대 과즙음료업체 후이위안을 24억달러에 인수하려는 코카콜라의 거래를 불허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처럼 반독점을 명분으로 내세워 세계적인 M&A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는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와 머크에는 중국 반독점 당국의 권한 행사가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