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부 NGO(비정부기구) 등 모든 조직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규정인 ISO 26000이 또 하나의 무역장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과 인권,노동관행,지배구조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국가 간 혹은 기업 사이에 거래조건으로 인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2005년부터 4년간 추진해온 ISO 26000이 '국제표준안'으로 등록됐다고 12일 밝혔다. 국제표준화기구가 ISO 26000의 개발에 참여한 69개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시한 1차 온라인 투표 결과 66.66%가 찬성한 것.

'국제표준안'은 정식 '국제표준'이 되기 두 단계 전의 절차지만 주요 내용은 사실상 완성된 상태다. 환경의 경우 환경재해로 인한 손실보장을 규정하고 인권분야에선 인권유린에 동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다. 앞으로 회원국들 입장을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하고 ISO의 157개 전체 회원국들의 검토와 투표를 거쳐 늦어도 2010년 하반기에는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전망이다.

이번 ISO 26000은 세계인권선언,ILO협약,기후변화협약,OECD 소비자분쟁해결권고 등 사회적책임 국제이행지침의 종합판이다. 이행 강제력을 가진 규범은 아니지만 국제거래 기준으로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표준안 개발에 참여한 69개 국가들은 ISO 26000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비관세무역장벽,법적 의무화 가능성 등의 이유로 찬반이 갈렸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한국을 비롯한 미국,중국,인도,네덜란드 등 19개 국가는 반대표를 던졌다. 한국 등은 기업에 미치는 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정우 기술표준원 공업연구관은 "한국의 입장은 ISO 26000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무역장벽화되는 것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였고 가이드라인에 대해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술표준원은 사회적책임 국제표준 제정에 대비한 산업,노동,환경,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와 관계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크숍과 공개 세미나를 14일 국민대학교에서 연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