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산(亂産)'을 거친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이 12일 확정, 발표됐다.

그러나 오락가락한 끝에, 애초 일정보다 늦게 나온 지원내용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결국 시장의 혼란과 정부의 신뢰손상만 불러온 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업계 자체의 강력한 자구노력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지원책을 성급하게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표명한,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지원'이란 원칙을 정부 스스로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26일 자동차 지원책 원안을 공개하면서 대책 시행의 전제로 자동차 업계 스스로의 구제노력을 유난스럽게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 지원대책을 논의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 지원에 앞서 노사가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역시 "자동차산업 노사관계가 아직 합리적이지 못해 일반 국민 사이에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면서 "지원책은 업계의 보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노사관계 선진화의 전제하에 추진될 것"이라는 태도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노사관계 진전을 판단할 수 있는 자구책 가운 데 구체적으로 시행됐거나 내용이 확정된 것은 보기 드물다.

지금까지 나온 업계의 자구책을 회사별로 보면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31일 회사 내부에서도 갈등을 낳았던 공장 간 일감나누기에 합의한 것과 지난 9일 '위기극복 특별협의체'를 구성한 게 고작이다.

노사관계 개선의 핵심대상으로 지적됐던 현대차에서 노사가 '혈세' 지원 대가로 어떤 내용을 결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GM대우가 생산직 임금을 10% 삭감하기로 하고 쌍용차는 인력 37% 감원을 발표하긴 했다.

하지만, 이는 세금 지원에 따른 자발적 자구 책이라기보다 각각 회사 내부사정이나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위한 카드의 성격이 짙다.

더구나 노사가 합의한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전제'라던 노사관계가 그야말로 '후불제'조건으로 밀린 셈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노사관계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평가여론이 너무 부정적이면 관련법 개정 등을 논의하는 국회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