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종합주가지수(KOSPI)가 17%나 상승했다.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 간의 격차도 상당히 줄었다. 지수상으로는 금융시장이 안정돼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안정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실물경제가 회복돼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율이 낮아지는 등 일부 실물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40조원에 이르는 올해 추경예산은 성장률을 최소한 1%이상 증가시키는 경기부양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실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아직 소비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수출 역시 선진국의 지속적 소비침체로 인해 조속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역으로 우리 경상수지 흑자확대가 그 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실물경제 침체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되면 한계기업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도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금융회사는 부실자산증가로 재무적으로 더욱 취약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대출 등 투자자산을 줄이게 되고 실물경제는 더욱 악화된다. 그러므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는 실물경제 회복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번 국회회기 내에 법률을 개정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구조조정기금'을 설치하고 한국정책금융공사에 '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한다고 한다. 총 40조원을 한도로 201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구조조정기금에서는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금융회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구조조정기업의 자산을 매입할 예정이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정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 당시는 기업부도 등으로 이미 발생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데 반해,이번에는 아직 완전히 현실화되지 않은 부실자산을 선제적으로 인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부실채권을 파악하기도 용이하지 않고 이런 채권의 가격을 산정하기는 더욱 힘들다. 미국에서 작년 10월 이후 실시하고 있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조조정기금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부실기업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지난번 실시된 건설회사의 구조조정에서 보았듯이 부실기업을 파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 금융안정기금은 금융회사에 대한 출자,대출,채무보증 등에 사용된다. 이는 직접 출자를 통해 해당 금융회사의 자본을 확충시키고 대출 등 투자여력을 강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선제적 출자는 금융회사의 자발적 요청에 의해 이루어지는데,이것이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금융회사가 출자요청을 하게 되면 해당 금융회사는 부실금융회사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주주에게는 감자 등의 불이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은행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 투자자의 이탈이 예상되고,이로 인해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은행 등에 대한 직접적인 출자는 꼭 필요한 경우,시장의 동요를 최소화는 방향으로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조정기금이나 금융안정기금은 공식적으로는 공적자금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기금의 재원은 정부보증채권발행으로 조달되기 때문에 공적인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정부는 해당 금융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금사용내역을 점검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정부기관의 기금운영과 관련해서는,국회의 승인이 필요하고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규정에 얽매인 엄격한 감사는 경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방어적 자금운영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