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지 여부를 놓고 경제 전문가들 간에 첨예한 이견 대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소비 부문이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고 주식 시장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면서 미국 경기가 최저점을 벗어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를 놓고 경제학자들 간에 상반된 견해가 노출되고 있다.

10일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경제학자인 배리 아이켄그린은 지금의 경기 침체가 1930년 대공황 시절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조기 회복이 어렵다는 입장을 비쳤다.

아이켄그린은 "미국의 경기침체 양상은 대공황 시절의 초기 9개월에 겪었던 상황만큼 심각하다"며 "대공황은 당시 4년간 지속됐고 공황이 지난 뒤에도 또다른 경기 침체가 곧바로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불황에 버금가는 규모를 보이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미국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대공황 당시와 동일하며 지난 9개월간의 산업 생산 측면에서는 대공황보다 더 악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해 이후의 주식 시장 폭락세도 1929년보다 더 악화된 모습이지만 지금은 대공황때와 달리 정부의 개입 속도가 빠르고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며 "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성공하느냐가 경기 회복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피터 모리시 교수는 "실업률이 현재 평균 8.5% 정도라고 하지만 비자발적인 임시직 근로자 등의 비율 등을 합치면 사실상 실업률은 17%에 육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대공황 시절의 평균 실업률 25%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등 각국 정부가 5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 등에 근거, 미국 등의 경기 회복이 올해 여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제전문가로 활동한 마이클 무사는 "미국 등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이 결국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심각한 경기 침체 뒤에는 거의 예외없이 가파른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는 정부의 개입이 늦었고 상당기간 방치돼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정확한 위기 진단 결과에 근거하고 제대로 시행되느냐에 따라 회복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