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구리 금 상품 등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먼저 들썩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러한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기란 여의치 않다. 원유에 투자하기 위해선 실제로 원유를 현물로 사야 하는데,이는 보관과 이동의 어려움이 수반된다. 또한 선물 거래 시 미국이나 싱가포르 시장의 선물지수에 베팅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금이나 구리 철광석 등 다른 원자재 상품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에겐 펀드가 원자재 투자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어서 이들 상품이 관심을 끈다.


◆원자재 펀드 올 수익률 20% 웃돌아

펀드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JP모간천연자원주식종류형자1'의 올 수익률은 24.62%에 달하며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15.30%)을 크게 앞질렀다.

이 펀드는 영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JP모간천연자원펀드'의 운용전략에 따라 세계 증시에 상장된 베단타자원회사(5.62%)와 킨로스골드컴퍼니(3.76%) 등의 주식을 편입하고 있다.

펀드의 총괄 매니저인 이안 핸더슨은 최근 기자와 만나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 완전히 가실 때까지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 경기침체는 바닥을 찍을 수 있어 원자재 등의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 금으로 몰린 자금은 510억달러에 그쳐 전 세계 자산으로 보면 절대 큰 규모는 아니다"며 "천연자원 선호현상은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기가 안정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슈로더이머징마켓커머더티주식종류형'과 '블랙록월드광업주식' 등도 연초대비 각각 23.29%,21.54%의 수익률로 20% 이상의 수익을 내는 등 대부분 원자재펀드들이 선전하고 있다.

이 같은 원자재펀드들의 강세 현상은 물론 올 들어 원자재 가격이나 관련 선물이 급등세를 탔기 때문이다. 실제 구리 선물은 연초보다 21.95%나 뛴 것을 비롯해 납(21.24%) 브렌트유(20.92%)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투자 목적에 따라 적합한 상품 골라야

원자재 관련 펀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처럼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이들 업체 실적도 좋아지면서 주가도 오를 것으로 보고 호주 최대 철광석 생산 업체인 BHP빌리턴이나 세계 최대 원유업체인 엑슨모빌 등에 투자하는 식이다.

반면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대개 금이나 원유 등 실물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관련 지수나 파생상품(선물)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수나 선물은 특정 자산의 가격을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으로,이 지수에 투자하면 해당 실물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된다. '파생상품'이 들어가는 경우는 관련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로 보면 되고 선물에도 투자하므로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

특히 최근엔 환헤지 상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세를 보였던 작년엔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은 보유한 달러 가치 상승으로 환차익을 봤다. 하지만 최근엔 환율이 13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안정되고 있는 분위기여서 환노출형 상품에 가입할 경우 투자자산 가치가 오르더라도 환손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자재 펀드가 유망하다고 해서 전 자산을 '몰빵'하는 것은 금물이란 지적이다. 원자재는 주식이나 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서로 분산해 투자하면 전체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분산 투자한다고 원자재 가격과 경제의 상관관계가 높은 브라질이나 러시아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원자재펀드를 추가로 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밖에 원자재 관련 선물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는 '롤링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상품과 달리 선물은 만기가 있다. 예를 들어 4월물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선물의 만기가 되면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어 이를 정리하고 5월물(원월물)로 옮겨 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 차이로 인해 수익률이 실제 원유가격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