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4000억엔(약 20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은 9일 당정 회의를 갖고 이 같은 경기 부양책에 합의,10일 각료회의를 거쳐 국회에 관련 추경 예산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경기 부양용 추경 예산 15조4000억엔은 그동안 최대였던 1998년 11월 3차 추경 7조6000억엔의 두 배를 넘는다. 이는 또 국내총생산(GDP) 500조엔의 3%로 주요 선진국 간 경기부양 재정 투입 가이드라인인 GDP의 2%를 크게 웃도는 것이기도 하다. 15조4000억엔의 재정을 투입해 시행하는 총 사업 규모는 56조8000억엔에 이른다.

주요 경기 부양책에는 △주택구입용 자금 증여세 감면 △대기업 연구개발(R&D)비 세액공제 확대 △가전제품 · 자동차 구입 보조금 △취학 전 아동수당 확대 △하네다공항 활주로 연장 등 공공사업이 포함된다.

일본 정부는 자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할 방침이다.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은 "총 10조~11조엔의 건설 국채와 적자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의 국채 발행 잔액은 현재 GDP 규모를 뛰어넘는 553조엔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올 들어 2조엔을 들여 전 국민에게 1인당 1만2000~2만엔씩을 현금으로 나눠 주는 소비 진작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엔고로 수출이 급감한 데다 내수 부진도 여전해 또다시 대규모 재정 투입을 결정했다.

한편 일본의 제1야당인 민주당도 2010년부터 2년간에 걸쳐 총 21조엔의 재정을 투입하는 독자적인 추가 경기대책을 지난 8일 마련했다. 여기엔 월 2만6000엔의 아동 수당 지급,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휘발유 세율 인하,태양광 발전 설치와 저연비 승용차 교체 비용 지원,중학생까지의 의료비 무료화 등이 담겨 있다.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는 "정부 · 여당의 대책은 사후 약방문식 대책이지만,우리 대책은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