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연 2%에서 동결한 것은 당분간 경기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좀더 두고 보면서 금리를 조정해 가는 게 좋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경기 지표가 일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당장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지만 경기 바닥이 언제일지 아직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경기하강 속도 둔화,물가불안 완화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침체돼 가는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한 한은의 종합 진단이다. 이 총재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난해 말에 나타났던 급격한 경기 위축은 최근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생산 수출 물가 금융시장 등 경제 전 부문에 걸쳐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올 들어 정부의 공공투자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고 기업의 재고 조정도 빠르게 이뤄졌다"며 "이에 따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말했다. 2월 산업생산 감소율이 -10.3%로 전달인 1월(-25.5%)보다 줄었고 서비스업생산지수가 0.1% 올라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총재는 수출에 대해서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년 동월 대비 감소율이 20% 안팎으로 둔화됐다"며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음을 시사했다. 금융시장의 상황도 개선됐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주가와 환율의 움직임이 상당히 호전됐다"며 "경상수지와 외환 수급 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석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임금도 오르지 않고 있어 4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뚜렷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둬

이 총재는 경기 하강 속도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한국 경제가 언제쯤 바닥을 찍고 올라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세계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고 국내적으로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어 경기가 금세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연 2%의 기준금리는 이미 금융 완화를 상당히 강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당분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지금은 돈을 더 푸는 것보다 풀린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게 통화정책의 핵심"이라며 "지난해 4분기와 같은 급격한 경기 위축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한 기준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