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어제 불량 탤크(활석) 원료를 사용한 120개 제약업체의 1122개 의약품에 대해 전격적으로 판매금지와 회수명령을 내려 엄청난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판매금지된 의약품에는 동아제약 한미약품 녹십자 등 일반인이 많이 사용하는 유명 제약사 제품들도 상당수 포함됨으로써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波長)이 우려된다.

식약청은 "미량의 석면이 포함된 탤크를 사용한 의약품을 복용하더라도 인체 위해 가능성은 미약한 것으로 파악됐으나,미량의 유해물질이라도 국민이 먹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앞뒤가 안맞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 같은 무더기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로 인해 소비자들의 공포를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마저 우려된다. 판매금지된 의약품을 상시복용해온 사람들의 경우 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불안에 시달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숙한 대응 탓에 지난해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광우병 파동이 재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일차적 이유가 당국의 늑장 대처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선 석면에 대한 정확한 위해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석면이 인체에 해로운 1급 발암물질임에는 틀림없지만 석면을 흡입하지 않고 먹었을 때의 영향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의약품이나 식품에 들어가는 미량의 석면에 어떤 해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오래전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졌음에도 전혀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이제서야 수입 탤크를 검사해 석면함유 탤크의 국내 반입을 차단하고 의약품과 화장품의 경우 유통되는 원료의 석면 함유 여부를 검사키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만으로는 확산(擴散)되는 석면공포를 잠재우기에 턱없이 미흡하다. 석면이 함유된 탤크 원료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정보획득과 유해물질 관리 기준 강화 등을 통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석면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