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단계 상승한 국제위상을 바탕으로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8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상하이(上海)와 광둥(廣東)성내 광저우(廣州), 선전(深천<土+川>), 주하이(珠海), 둥관(東莞) 등 5개 도시에서 대외무역거래 때 자국 화폐인 위안화(元) 결제를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이 금융위기로 위상이 추락한 달러화를 대신해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격상시키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조달러 가량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국제 금융위기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 중 하나가 됐으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면 최소한 남의 나라 통화를 보유하다 피해를 보는 일은 줄일 수 있다.

또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면 다른 나라들이 중국 통화를 보유하게 돼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해지고 위상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이 5개 도시의 대외결제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안화의 기축통화를 목표로 한 첫걸음으로 분석된다.

장쥔(張軍) 푸단(復旦)대학 경제학원 부원장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국제무역에서 위안화의 사용 범위가 넓어져 기축통화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중국의 정치, 사회, 경제적인 안정과 신뢰, 투명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아직 막강하고 유럽, 일본 등의 견제도 만만치 않아 중국이 드러내놓고 서둘러 위안화를 기축통화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무원도 이날 발표에서 위안화를 국제화하기 위한 1단계 조치로 우선 5개 도시에 대해 홍콩과 제한된 국가를 대상으로 위안화 결제를 시범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을 뿐 결제가 시작되는 시기와 대상 중국 기업, 대상 지역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전날 이같은 인식을 고려한 듯 "위안화를 기축통화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위안화는 점진적으로 국제화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사실 위안화는 북한과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부분적으로 사용돼왔기 때문에 이번 공식발표로 위안화의 사용범위가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로 넓어지고 사용빈도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 국제화 방안은 최근 국제금융중심을 상하이에 빼앗긴 홍콩이 위안화 결제의 중심지로 자리잡음으로써 금융도시의 위상을 만회하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코트라 중국본부의 김윤희 과장은 "중국이 충분한 작업을 거쳐 정책을 내놓는 관례가 있음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상당한 내부 검토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도 중국과 금융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장은 "당장 국제적으로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면서 "기축통화로 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중국의 금융시장을 점차 개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김대호 특파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