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액정디스플레이)는 전자산업 중 가장 먼저 불황의 터널을 탈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주요 국가마다 디지털TV로 교체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LCD TV 판매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선두 LCD 패널업체들은 올초부터 공장 가동률을 경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바닥까지 추락했던 LCD 가격도 중소형 제품을 중심으로 2,3월 들어 소폭 반등했다. TV용 대형 LCD 패널 가격의 회복세는 아직 더디지만 시장조사기관들은 2분기 이후 LCD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CD 가격 반등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시장 평균 가격 기준 지난 1월 57달러였던 19인치 모니터용 패널 값이 3월 말엔 60달러로 3달러 올랐다. 지난 1월 85달러였던 22인치 모니터용 패널 값도 지난달 88달러로 상승했다. TV용 제품에서는 소형 인치대의 가격 반등이 뚜렷했다. 32인치 TV용 제품은 지난 1월 163달러였지만 지난달에는 167달러로 반등했다. 2분기 이후 TV용 대형 패널 가격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디스플레이서치는 TV용 40인치 LCD 패널이 3월 309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4월 311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TV용 패널 평균 가격도 3월 228달러를 저점으로 4월에는 232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게 디스플레이서치의 전망이다.

LCD 값이 오름세로 바뀐 것은 감산 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각국 LCD 업계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공장 가동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등 공급을 크게 줄였다.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도 가격 상승에 한몫 더했다. LCD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정부가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줘 32인치 LCD TV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가격 회복에 힘입어 LCD 패널 출하량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LCD 패널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대형 LCD 패널 출하량은 2945만여대로 전달에 비해 23%,매출은 14% 늘어났다. LCD 출하량과 매출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5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공장 가동률도 위기 이전 회복

LCD 시장 회복의 수혜를 가장 먼저 누리는 곳은 세계 LCD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LCD 생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 데다 2분기 안에 유리기판 기준 월 8만장 규모의 8-2생산라인을 추가로 가동할 계획이다. 40인치대를 주력으로 하는 이 생산라인에서는 유리기판 한 장당 46인치 기준 8개, 32인치 기준 18개의 LCD를 생산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연초부터 기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리기판 기준 월 2만장 수준으로 신규 8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이달부터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은 요즘 추세라면 상반기 영업손실을 하반기 전부 만회하고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업체들도 증산 시기는 뒤처졌지만 중국,일본,대만 업체들 역시 최근 증산에 들어갔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AU옵트로닉스(AUO),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 등 대만 업체들은 2분기 중 공장 가동을 1분기보다 평균 42%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TCL,스카이워스 등 중국 업체들의 증산폭은 106%에 달할 전망이다. 샤프 등 일본 업체들도 2분기 들어 생산량을 49%가량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LCD업계가 앞다퉈 생산량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LCD 업황 회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니터용 패널과 소형 LCD TV용 패널은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37인치 이상 대형 LCD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형 TV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으로 LCD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업체들의 증산 경쟁이 추가 가격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