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시장이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1분기 점유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 내놓고 있는 휴대폰이 세련된 디자인과 차별화된 성능으로 인정받고 있고,원 · 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가격 경쟁력 우위가 톡톡히 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해외 경쟁 업체들은 감원과 감산에 나서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의 성적이 갈수록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 ·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46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시장점유율 19.2%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점유율은 지난 4분기(18.0%)보다 1.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규모지만 소니에릭슨을 비롯한 해외 경쟁업체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점유율은 대폭 높아졌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월 서유럽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24.6%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시장과 업계 모두 삼성이 1분기에 19%대의 점유율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갖춰 적절한 수요 대응이 가능한 것도 삼성의 차별화된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LG전자도 글로벌 '톱3' 자리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1분기에 2300만대가량의 휴대폰을 판매,점유율이 9.6% 정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8.7%)보다 0.9%포인트 정도 높은 수치다. LG전자는 영업이익률도 갈수록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휴대폰의 제품 혼합(믹스) 효과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전자는 앞으로 3차원(3D) 터치스크린 방식의 사용자 환경(UI)을 적용한 '아레나폰'을 유럽 30개국에 공급하는 등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아레나폰은 유럽 판매를 앞두고 이동통신사 등이 미리 주문한 물량만 100만대를 돌파했다. 영국 최고 권위의 휴대폰 업계 시상식인 '모바일 뉴스 어워드 2009'에서는 LG전자가 '최고의 휴대폰 제조사'로 꼽히기도 했다.

반면 노키아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유로화 달러화 등의 강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는 올해 매출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40.6%에서 4분기엔 38.5%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하락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LG전자에 밀려 4위로 떨어진 소니에릭슨은 올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14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전 분기 2420만대에 비해 무려 42%나 감소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했던 모토로라는 글로벌 5위까지 밀려 있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 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진단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각종 터치스크린 휴대폰,스마트폰 등 통신사업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적기에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웠다. 반면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은 글로벌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전통 강세 지역 수성에만 급급했다는 분석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