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통화 정책이 유동성 관리에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한은의 정책 목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6일 단국대 송재은 교수와 공동 작성한 `통화정책의 유동성 관리능력 저하와 금융안정 관련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1999년 정책금리 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금리 조정과 유동성 증가율의 인과성을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한은은 2005년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인상했으나 과잉유동성을 잡는 데 실패했다"며 "정책금리와 은행대출의 연관성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의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이 위축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출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대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감소 요인을 대부분 상쇄했다"며 "은행들의 대출 확대도 초과 유동성을 발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비중이 크게 확대된 점도, 은행권을 위주로 하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줄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산가격 상승기에는 고수익을 노린 차입 투자가 늘기 때문에 정책금리를 올리더라도 유동성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 안정만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는 저물가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이로 인해 유동성 관리에 실패하고 자산거품이 초래될 수 있다"며 한은의 정책목표에 유동성 관리와 자산가격 안정을 통한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신용창출 과정에서 은행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만큼 현행 예금은행 중심의 지급준비 제도를 비은행 금융기관까지 확대하는 자산지준제를 도입하고, 물가 지수를 산정하는 데에 자산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